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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드레이 캠페인
마스터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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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페인 초기 구상을 수기로 했기 때문에 노트를 찾아야 하는데 거기까진 찾지 못했고... 나중에 찾아서 빼먹은 부분이 있으면 추가하겠습니다. 일단은 기억에 의존해서 써보겠음.

캠페인 전체 구상 단계
저편의 목소리 당시에는 까메오 캐릭터로 포트레잇만 반짝 등장했던 벨드레이의 배후 캐릭터조차 막연한 윤곽만 있었을 당시입니다. 원래 벨드레이 캠 사이에 사이드 스토리로 넣었던 흑기사 토벌전을 저편의 목소리 이후에 넣고 싶었고, 페르세포네도 이쪽의 메인 배후 캐릭터였어요. 미정발 추가 서플인 PEG에 여기에 대응할 만한 데이터가 없을까, 찾아보다가 놀랍게도 대응하는 에너미 데이터가 있었는데!!! 에너미의 너무 큰 레벨에 정말 사용하지는 못했고...
그리고 여기에 더해서 보게 된 건 PEG 수록되어 있는 마족과 엘더에 관한 칼럼입니다. 자세한 건 직접 읽어봅시다. 여기서 페르세포네의 (캠페인을 다 마친 후에도 제대로 밝혀지진 않았지만) 캐릭터성이 얼추 살이 붙었고... 흑기사 토벌전까지 도달하기 위한 고렙 성장용 캠페인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놀랍게도 당초의 의도는 이거였음...
여기서 약속의 길 길드가 아닌 불길의 시 길드로 배경을 옮긴 건 다분히 메타적인데, 약속의 길은 저렙-고렙 모험가들이 고루 퍼져 있는 중대형 규모의 지인제(플레이어) 길드고, 다른 플레이어들도 있는 길드에서 일부 PC들만 공유하는 캠페인으로 오랜 기간 PC들을 묶어놓고 있는 건 저어됐기 때문입니다.
지금 쭉 돌이켜 보면 불길의 시로 진행한 게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결국 욕심을 내면서 약길도 까메오 수준의 출연이 아니게 됐지만 어쨌든.

이 캠페인이 직접 영향 받은 (스토리보다는 뼈대 구성이나 기믹 연출 방향에서) 건 프리 쯔꾸르 게임인 루이나 폐도의 이야기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

↑ 이 이야기를 앞서 언급한 건 루이나 폐도의 이야기의 도입부가 정석적으로 '평화로운 변두리 마을 아래에 숨겨진 거대한 모험의 입구이자 역사의 흔적'을 발견하는 데에서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아주 사소한 계기서부터 시작되는 눈덩이 굴림식 스토리 구성을 해보고 싶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목가적인 소국인 벨드레이. 원래는 캠페인 끝난 시점에 이 왕국에서 왕족의 씨를 말리고 쑥대밭을 만들 예정이었어서 (물론... 쑥대밭은 실제로도 만든 것 같지만) 벨드레이란 이름의 어원도 Betray (왜냐하면 1부에 모험가들이 배신 당할 예정이었으니까)에서 따온 것입니다 놀랍죠... 하지만 F 참가자들과 함께하는 캠페인에서 F 마스터가 마스터링을 하는데 + 리드리카 리본 벨드레이라는 당사자성 모험가 캐릭터로 오고 싶다고 모구님이 밝히면서... 이것저것 많이 달라졌습니다.

해서 1부 2부 3부의 뼈대는 딱 이것만 잡혀 있었어요... 1부는 퀘스트 진행 2부는 던전 탐사 3부는 난전. 3부니까 각각 새로운 걸 하고 싶어~
3부에 패리스 연합군이 등장할 계획도 여기까진 없었고... 그때그때 생각난 거 하고 싶은 걸 실시간으로 덧붙이면서 구성했기 때문에 풀 만한 게 얼마 없네요



수상한 거액의 의뢰를 받은 당사자로서 음모 속으로 뛰어들게 됩니다. 서로 아는 사람들끼리 하는 캠페인이라 약간의 동기만 주어져도 이 나라에 남아 조사해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긴 했는데 그러지 않을 경우의 장치도 있긴 합니다. (수송 의뢰 마친 후 운반꾼의 행방이나 왕국의 상황에 의문을 갖지 않고 귀환하려고 하면 운반꾼이 지불할 예정이었던 마차 삯이 체불되어 발이 묶이고 + 운반꾼을 찾으러 다녀야 한다는 식의)
범용으로 배포할 생각 없이 맞춤형으로 시날을 짜니 이래저래 전개 구성이 편했습니다. PC도 잘 아는 캐릭터지만 PL도 잘 아는 사람들이라 대체로 의도대로 움직여주기 때문입니다. 아지나에게 주목해주는 부분이라던지, 누가 봐돠 수상하고 이상한 귀족과 왕성 경비 상태에 주목하고 조사하는 부분이라던지... 여기에 더해서 첫인상 상호 최악 적대관계로 만났던 아지나 및 자경단들가 합류해서 사정에 귀를 기울이고 협력하게 되는 장치로 타미드 아르고스의 암살 기도가 있었고요... (PC들만이 아니라 자경단 입장에서도 이 왕국에 수상하게 방문한 모험가들을 믿기 위한 계기가 필요하니까요)
세션은 역시 마스터만이 아닌 플레이어들이 만들어야 하는 부분이라 의도에 없었던 좋은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압도적 감사...
그리고 고액의 의뢰금을 받긴 받았는데 이 의뢰금이 사실은 1부 의뢰금이 아닌 1-3부 의뢰금 액수였고 너희는 3부 전까지 이 돈 못 쓴다 전개의 시작.
원래 클막 연출로 왕 목이 떨어지는 걸 하려고 했는데 이 나라 국왕은 진짜로 딸내미의 존재가 살렸음
여기서의 비원은 클라이막스까지 와서야 밝혀지는 구성인데 타미드 아르고스의 비원이면서 페르세포네의 비원입니다. 


제일 고민 많았던 부분은 맵 구성입니다. 언제나 아리안로드를 하면서 맵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특수한 부분이 많아서 기성품으로 존재하는 리소스로는 한계가 명백하고... 웹으로 제공하는 맵만들기 툴로도 원하는 그대로의 구성을 만들기는 어려웠기 때문에
던전 크래프트 프로그램을 샀습니다. 달러 환율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가격이 글케 비싸지도 않고 아깝지 않은 구성의 프로그램이니 참고하시길.
벨드레이 왕성 아래에 있는 또 하나의 왕궁? 스러운 느낌을 내고 싶어서 실제 서양 중세의 성 내부 구조 같은 걸 많이 참조했어요
제일 고민했던 부분은 **겁나 위험한 장소**란 인상을 내고 싶은데 정말로 영원히 전투하다간 모험가들도 죽어서 이 미궁의 일부가 되기 때문에 메인 전투를 미들 3 + 클막 1로 구성하고 다른 위협들은 간이 전투로 뺐습니다. 새삼 정말 시나리오 쓸 때마다 (비단 캠페인만이 아님) 특수 기믹이라던지 이거저거 시도를 많이 하는데 여기에 따라와주는 플레이어들에게 압도적 감사...
클막은 사실상 페이크 전투 같은 거라 마지막 미들을 좀 빡세게 만들었습니다. 식별 중요성이나 룰북에 나와 있는 암흑 규칙 같은 걸 활용하고 싶어서 결과적으로 상당히 난이도 높은 던전이 되었는데 다들 이때의 경험이 깊게 박혔는지 포션에 집착하는 모험가들로 자라고 말았네요 
식별 불가 에너미가 주는 미지에 대한 공포나 기괴함... 이런 것들을 잘 느껴줬으면 했는데 다들 언급해줘서 좋았습니다
이밖에도 2부는 3부에서까지 사용될 정보와 단서 따위가 들어가야 했기 때문에 후반 리서치도 생각을 많이 했었네요... 여기까진 3부에 재단을 사용해 에린딜의 신들과 공명하는 기믹으로 약점 없는 적을 파훼한다. 정도의 구상만 있었고 혼의 재림으로 굳어진 건 흑기사 이후 '여기에 쓸만한 기믹이 없을까'를 고민하면서... 였습니다. 이런 것들이 다 기존 데이터로 가능하다니 너무너무 신기하죠... (원래 안배했던 길드 스킬인지 파워인지가 따로 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혼의 재림을 선택한 게 좋앗던 것 같아요) 
아마 이러고서 또 이왕이니까 기존에 구상했던 흑기사 토벌전의 IP를 이용해 약속의 길을 끌어들이고 연합군과 요마가 전면전 벌이는 3부를 만들자. 를 생각했을 것. 탈환전이라는 이름 자체는 옛날옛날에 나왓습니다 망고보드로 1부 세카 만들면서 2부 3부까지 다 만들긴 했기 때문에... 이게 불길시를 통한 내부에서의 탈환이 아닌 연합군이 가세하는 탈환이 된 거네요
동시에 흑기사 토벌전은 약속의길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교차점을 주되 캠페인에서 해소되진 않는 구성으로 잡았습니다. 흑기사 토벌전의 갈등 요소까지 주어지면 이야기도 복잡해질 것 같을 뿐더러 약길의 비중도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캠의 메인은 어디까지나 불길시니까요



군데군데 들어간 특수 기믹이 너무 많아진 나머지 다른 이모저모들이 직전의 직전에 즉석으로 결정된 게 많앗던 3부 (ex 바신의 외형이라던지)
이 시나리오가 짧음에도 불구하고 제일 기간이 늘어진 이유는 웃기게도 초반에 진행한 디펜스 게임 구상 때문이네요 이거저거 바빴어도 그랬지만...
제가 빼운 얼마 없는 뼈대에 나머지 모든 것을 플레이어들이 채워주면서 아름다운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NPC에게 많이 신경을 쏟아주는 분들과 하는 탁이라 그런 상호작용이나 이번과 같은 협력 활용을 구성하는 게 재밋는 것 같아요

감동...
TRPG는 정말 아름답구나
이래저래 감사합니다... 자작 시날 캠페인은 첫 시도라 온갖 걱정이 많았는데 무조건적인 칭찬과 지지를 해주는 플레이어들을 만나서 자신감이 죽는 일 없이 여기까지 잘 해왔네요... 제가 원하는 심상을 바로 공유 받고 의도를 바로 캐치해주고... 그런 분들과 모여서 탁을 해서 즐거웟습니다...

압도적 감사